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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life)

길고양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천덕꾸러기. 불결한 동물. 도둑. 소음. 골치덩어리. 생태계 파괴자. 한국의 길고양이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길고양이는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를 말한다. 버려진 집이나 중단된 공사현장, 어두운 지하실, 주택가 담장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길고양이는 우리와 함께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작가 이용한씨가 길고양이를 일년반동안 관찰하고 쓴 길고양이 보고서이다.


사람들은 길고양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연히 만나게 된 길고양이 가족들이 아니었으면 길고양이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았을 작가처럼 대부분은 무관심할 것이다. 길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는 사람들도 길고양이를 관찰해서 안 것이 아니라 옛부터 내려오는 말들을 들은 것일 것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내가 알고 있던 사실들이 잘못된 사실들임을 알게 되었다.
첫째로, 길고양이는 더럽다는 생각이었다. 길고양이는 쓰레기통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고 물에 몸을 씻지도 않기 때문에 병균이 많고 냄새도 많이 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 침은 좋은 세척제이자 냄새 제거제이다. 그래서 항상 고양이세수를 하며 몸을 단장하는 길고양이들은 냄새도 거의 안나고 병균을 전염시키지도 않는다.


둘째로는, 생태계 파괴자라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길고양이들이 너무 많이 번식해서 주변 생태계를 교란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새를 많이 잡아먹어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하나만 보고 다른 측면은 보지 못한 생각인 거 같다. 연구에 따르면 길고양이들이 새를 잡아 먹지만 대부분 늙고 병든 새를 잡아 먹는 것이라 하며 고양이가 잡아 먹는 새의 개체수 보다 쥐가 잡아먹는 새의 개체수가 더 많다고 한다. 오히려 길고양이들은 쥐를 많게는 하루에 15마리씩 잡아먹으며 고양이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쥐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번식력이 낮아진다고 하니 사람에게 고마운 동물인 것이다.


또한 길고양이들은 스스로 계체수를 조절한다. 한 지역에 적당한 수만 있고 나머지 고양이들은 다른 영역을 찾아 떠나는 것이 습성이다. 그리고 길고양이들의 수명은 매우 짧다. 평균 3년동안 사는데 집고양이들은 10년, 많게는 15년까지도 산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잘못된 인식만 바뀐 게 아니라 길고양이의 미덕도 알게 되었다.
길고양이들은 어린 새끼를 기르고 있는 고양이들을 최우선으로 배려한다. 길고양이들은 어린 새끼를 기르고 있는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과 함께 다른 고양이의 영역에 들어가면 먼저 있던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와 새끼들에게 영역을 양보한다. 이는 맛있는 것을 많이 구할 수 있는 영역일지라도 예외가 없다. 그리고 새끼를 기르고 있는 어미 고양이들끼리 만났을 때에도 좀 더 어린 새끼를 기르고 있는 고양이에게 양보하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길고양이는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좋은 점들이 있다. 그리고 책에 자세히 나와 있지만 길고양이의 삶에는 우리가 모르는 생명의 신비가 있다.

사람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특별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다른 동물들의 생명을 함부로 할 권리가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작은 생명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생명들을 돌볼 줄 아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도 생기기를 바라며 그러한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작가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