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스라엘 두 번째/'09 이스라엘 명소들

가이사랴 빌립보, 바니야스 신전과 림로드



가이사랴 빌립보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너희는 내가 누구라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고 고백한 장소이다. 당시 이 곳은 거대한 신전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즉 당시의 문화 중심지였다.
지금 한국으로 친다면 종로나 강남의 거리 중 제일 번화한 곳 한복판일 것이다. 큰 세상 앞에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고백하는 베드로, 그 모습에 놀라시며 그 말은 성령께서 하신 일이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 그리고 옆을 거닐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을 묵상해 보았다.
가이사랴 빌립보에는 큰 자연동물이 있다. 여기에는 '판'신을 섬기던 신전이 있었다. 지금은 다 사라지고 터와 건축물 조각들만 남아 있었다. 동굴 옆 쪽에는 상상 복원도가 있었는데 그것을 보니 당시 신전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이스라엘 북부인 단에 위치한 가이사랴 빌립보에는 반니야스 공원도 유명하지만 물이 많은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헤르몬 산에서 모인 물들이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단 지역에서 솟아나서 이스라엘로 남부지방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동굴 구경을 마치고 림로드로 향하는 트래킹 코스로 접어들 무렵, 돌 사이에서 물이 솟아나는 것을 우연히 볼 수 있었다.


트래킹 코스가 그려져 있는 지도를 보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산을 타는 것도 즐거웠다. 선선한 미풍이 불어서 땀을 식혀주고 따뜻한 햇살이 그늘에서 쉴 때도 춥지 않게 해주었다. 산을 타고 올라가던 중 우연히 양을 몰고 있는 목자와 양 떼를 볼 수 있었다. 양은 키부츠에 있을 때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산에서 양을 치고 있는 모습은 처음봐서 너무 신기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림로드, 하지만 도중에 길을 잃고 말았다. 트래킹 코스를 따라 가면 편하게 갈 수 있었는데 길을 잃는 바람에 림로드를 향한 여정도 어려웠다. 가시나무 사이를 헤쳐가며, 지도로 위치를 확인해가며 더듬더듬 찾아갈 때는 이러다 림로드 근처만 헤매다가 내려가는 거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트래킹 코스 표시를 찾았고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림로드 정상에는 십자군 전쟁 당시 유럽군의 본부로 사용된 성이 남아 있다. 많은 세월이 지나서 온전한 모습은 아니지만 당시 성의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산 꼭대기에 지어진 성은 외부의 친입을 막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십자군 전쟁 당시에도 산 꼭대기에 위치한 지리적인 이점과 림로드의 전략적인 중요성 때문에 성을 둘러싼 전투가 치열했다고 한다.

림로드 꼭대기에서 휴식을 취한 후 성을 구경하고 다시 반니야스 공원 근처에 차를 주차한 곳으로 내려갔다. 올라갈 때는 길을 잘못 들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내려 올 때는 길을 따라 내려와서 금방 내려올 수 있었다. 총 5시간이 걸린 대장정(?)이었지만 외국에서의 첫 트래킹 경험은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