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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전거 여행

제주 자전거 일주, 풍력발전단지~강정마을


제주 자전거 일주 3일째, 장마전선에 걸쳐 있던 제주도 날씨가 불안했는데 역시나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어제 저녁부터 조금씩 내리는 비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비오는 날 라이딩은 처음이라 걱정이 앞섰다. 아침을 먹고 텐트를 정리한 후 비가 중간에 그치길 기도하고 라이딩을 시작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였지만 준비해 온 모자덕분에 시야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고 허술해보이는 비옷이지만 비옷을 입은 덕분에 비에도 덜 젖고 체온도 유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 (비 오는 날 라이딩을 하게 된다면 체온유지와 시야확보에 주의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셋째 날이라 그런지 모두들 자전거에 익숙해져서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빨리 갈 수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중문에 도착할 쯤에는 비도 그쳐서 조금 여유가 생겼다. 중문은 관광단지여서 그런지 도로를 잘 만들어 놓았다. 도로가 넓어서 자전거를 타기에 좋았고 도로가에 늘어선 야자수들도 예쁘게 가꾸어져 있어서 날씨가 맑은 날에 중문에 있는 여러 관광명소를 자전거로 찾아가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문에서의 휴식 후 강정마을로 향했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주상절리를 보고 가려 했지만 비 온 후라 안개가 많아서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중문에서 강정마을까지의 길은 순조롭게 갈 수 있었다. 강정마을은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예전에는 절대보존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특히 강정마을 앞바다에는 2km 넓이의구럼비 바위가 있고 붉은발말똥게가 사는 지역이다. 


하지만 요즘엔 제주 해군기 건설로 많은 논쟁들이 있다. 마을 주민들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서 서로 원수처럼 지내고 있고 강정마을에 오는 외부사람들도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서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자연과 평화를 지키자는 사람들과 제주 해군기지를 통해 지역과 국가 발전에 우선하자는 사람들. 무엇이 우선되어야 할 지는 사람들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연 환경을 헤쳐가며 강정마을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강정마을에 도착했을 때 묘한 긴장감과 싸늘함을 느꼈다. 마을 군데군데에 달린 현수막들은 해군 군사기지를 반대한다고 적혀 있었고 마을 담벼락과 길바닥에도 반대 의견을 담은 포스터들이 그려져 있었다. 마을 회관에서 숙소를 제공해주어서 마을 회관에 먼저 찾아갔다. 마을 회관에는 반대를 지지하기 위해 모인 여러 단체의 사람들이 있었다. 프랑스에서 온 외국인도 있었는데 먼 이국땅에서 한국의 조그만 섬 제주도의 평화를 위해 왔다는 게 신기하고 고마웠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분의 소개로 구럼비 마을 근처에 만들어진 단체 숙소에 왔다. 우리쪽 인원이 많아서 마을회관에서 묵기에는 힘들어 이 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마침 돌고래떼가 지나가는 게 아닌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야생 돌고래를 본 건 처음이었고 우리나라에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수십 여마리의 돌고래떼가 지나간 후 그 곳에 거주하는 분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렇게 많은 무리가 지나간 것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숙소에 텐트를 설치한 후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야영하며 먹는 라면 맛은 꿀맛 같았다. 저녁식사를 하고 마을회관에서 샤워를 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일어나서는 강정마을에 대해 더 많이 듣고 보게 되기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