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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두 번째/'09 게바 키부츠

My Life in Geva


게바 마굿간.
게바에서 키부츠 발런티어를 하면서 일했던 곳이다. 마굿간에서 말 먹이주고, 말 집을 청소하고, 때로는 말을 씻기기도 하는 일을 했었다.
키부츠 발런티어로 일하면 키부츠에서 원하는 일을 하루에 7~8시간씩 일하게 된다.
게바키부츠는 발런티어를 배려해주어서 하루에 6시간만 일하면 되었기에 나는 많은 여가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그 시간에 히브리어를 많이 공부할 수 있었다.
보통 키부츠에서는 주방일, 세탁소일, 젖소농장, 양계장, 정원관리 등이 대부분이며 드물게 말농장과 어부, 집수리, 호텔일, 공장일 등의 직업이 있다.
한국에서 일을 한번도 안해 본 사람이 키부츠에 가면 보통 주방일이나 세탁소일을 먼저 하게 된다. 가장 쉽고 의사소통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라서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이곳에서 일하게 된다. 내 경우에는 주방과 세탁소에 사람이 필요없었고 마굿간에서는 사람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 운이 좋게 마굿간에서 일할 수 있었다.
키부츠 발런티어들 사이에서도 동물과 일하는 직업은 단연 인기 직업에 속한다.
사실 몇 달간 반복해서 일을 하다보면 어떤 일이든 지겨워지고 지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쉬운 일일수록 금방 실증이 나고, 일에 실증을 느끼게 되면 발런티어 생활도 금방 지겨워져서 빨리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일하다가 직업을 바꿀 수도 있지만, 빈자리가 생기기 전까지는 하던 일을 계속 해야 하므로 처음 일을 배정받을 때 최대한 자신의 의사를 밝혀야 재밌고 보람찬 발런티어 생활을 할 수 있다.
일과 후에는 발런티어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주로 그 날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하거나 작은 파티를 하거나, 아니면 펍에 가서 놀게 된다. 발런티어 사이에서의 문화는 주로 연령대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평균연령이 높은 발런티어들이 모여있는 키부츠는 이야기를 하거나 음식을 같이 만들어 먹으며 건전하게 시간을 보내는데 반해, 평균연령이 낮은 곳은 주로 펍에 가서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나는 프랑스에서 온 임마누엘이라는 친구와 친해졌는데 말을 좋아해서 내 일을 많이 도와줬었다. 그렇게 함께 일하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친해졌고, 그러다보니 내 영어실력도 향상되서 일거양득의 수확을 걷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생활을 하면서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내 생각엔, 유대인과 친해지는 일일 것이라 생각한다. 키부츠의 유대인들은 평소 알고 있던 유대인들에 대한 편견과 다르게 친절하고 사교적이며 굉장히 밝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대도시의 유대인들은 바쁘고 인색한 사람이 많지만 키부츠가 대부분 시골에 있어서 그런지 우리나라 시골의 인심처럼 후하며 정이 있다.
내가 일한 마굿간의 주인 아저씨도 정이 많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마굿간의 말은 경주용으로 선수들이나 선수 지망생인 유대인들만 탈 수 있었는데 나에게도 특별히 두 번의 기회를 주어서 말을 타고 키부츠를 다녀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주인 아저씨와 친해져서 새로 태어난 망아지의 이름에 내 이름을 붙였다며 메일로 망아지의 출생소식도 알려주었다.

키부츠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좋은 관계를 맺는 것들은 영어 실력이나 인종에 따른 것이 아니라 얼마나 진실되게 관계를 맺고 그 사람들과 정말 친구로서 지낼 수 있는 것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발런티어들 중에도 안 좋은 성격을 가진 애들도 있고, 키부츠의 환경이 나쁠 수도 있으며, 유대인들이 발런티어를 노동자처럼 대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환경 속에서도 진실되게 관계하며 먼저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사람들을 대한다면 정말 보람차고 행복한 추억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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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bbutz Geva  (0) 201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