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두 번째/'09 이스라엘 명소들
가이사랴 빌립보, 바니야스 신전과 림로드
물댄동산♬
2011. 2. 19. 00:00
가이사랴 빌립보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너희는 내가 누구라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고 고백한 장소이다. 당시 이 곳은 거대한 신전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즉 당시의 문화 중심지였다.
지금 한국으로 친다면 종로나 강남의 거리 중 제일 번화한 곳 한복판일 것이다. 큰 세상 앞에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고백하는 베드로, 그 모습에 놀라시며 그 말은 성령께서 하신 일이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 그리고 옆을 거닐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을 묵상해 보았다.
이스라엘 북부인 단에 위치한 가이사랴 빌립보에는 반니야스 공원도 유명하지만 물이 많은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헤르몬 산에서 모인 물들이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단 지역에서 솟아나서 이스라엘로 남부지방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동굴 구경을 마치고 림로드로 향하는 트래킹 코스로 접어들 무렵, 돌 사이에서 물이 솟아나는 것을 우연히 볼 수 있었다.
트래킹 코스가 그려져 있는 지도를 보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산을 타는 것도 즐거웠다. 선선한 미풍이 불어서 땀을 식혀주고 따뜻한 햇살이 그늘에서 쉴 때도 춥지 않게 해주었다. 산을 타고 올라가던 중 우연히 양을 몰고 있는 목자와 양 떼를 볼 수 있었다. 양은 키부츠에 있을 때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산에서 양을 치고 있는 모습은 처음봐서 너무 신기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림로드, 하지만 도중에 길을 잃고 말았다. 트래킹 코스를 따라 가면 편하게 갈 수 있었는데 길을 잃는 바람에 림로드를 향한 여정도 어려웠다. 가시나무 사이를 헤쳐가며, 지도로 위치를 확인해가며 더듬더듬 찾아갈 때는 이러다 림로드 근처만 헤매다가 내려가는 거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트래킹 코스 표시를 찾았고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림로드 정상에는 십자군 전쟁 당시 유럽군의 본부로 사용된 성이 남아 있다. 많은 세월이 지나서 온전한 모습은 아니지만 당시 성의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산 꼭대기에 지어진 성은 외부의 친입을 막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십자군 전쟁 당시에도 산 꼭대기에 위치한 지리적인 이점과 림로드의 전략적인 중요성 때문에 성을 둘러싼 전투가 치열했다고 한다.
림로드 꼭대기에서 휴식을 취한 후 성을 구경하고 다시 반니야스 공원 근처에 차를 주차한 곳으로 내려갔다. 올라갈 때는 길을 잘못 들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내려 올 때는 길을 따라 내려와서 금방 내려올 수 있었다. 총 5시간이 걸린 대장정(?)이었지만 외국에서의 첫 트래킹 경험은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이 되었다.